[여의도풍향계] 모든 이슈 빨아들이는 秋정국…정책은 '실종'
[앵커]
뉴스 즐겨보는 분들이라면, 지난주 내내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이었을 것입니다.
중요한 시기, 추 장관 아들 의혹이 정치권을 뒤덮으며 민생은 사라졌습니다.
이준흠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지난주 국회 대정부 질문, 그야말로 추미애로 시작해 추미애로 끝났습니다.
지난달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혹 제기가 시작되더니, 추 장관이 출석한 대정부 질문에서 공세 수위가 정점에 달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추 장관의 아들 서 씨가 카투사 근무 시절, 외부에서 휴가를 연장한 점, 보좌관이 민원실로 전화를 건 점 등을 문제 삼으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보좌관 전화는 '단순 문의'라고 일축하는 식의 공방이 쳇바퀴처럼 이어졌습니다.
"지원단장의 면담 기록에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었다고 기록이 돼있어요. 장관님과 부군께서 직접 민원을 넣은 적 있습니까?"
"민원을 넣은 바가 없고요. 제 남편에게도 민원을 넣은 적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수사 중인 사건이고요. 그런데 집요하게 물어보는 것은 장관님을, 이 사건 자체를 왜곡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추 장관 아들 공방이 이어지며 전장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병원 기록은 4일 밖에 없는데 병가를 19일 받았어요 이게 정상적인 것이에요 특혜예요? 저 양반도 똑같은 사람이네 군인이 군인답지 않고 눈치 보는 사람이네."
"제가 아무리 양심을 걸고 보더라도, 이것은 특혜를 준 것이 아닙니다. 있는 사실을 뒤집어서 덮어 씌우기 하려는 것이지…"
물론 국무위원에 제기된 의혹 해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책 질의는 사라지고 추 장관에 대한 청문회급 난타전만 남아,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정부 질문은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국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정부를 견제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추 장관 아들 의혹이 모든 사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본래 취지를 살리는 질의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이 이슈와 관련이 없는 '경제 분야'에서 4차 추경, 부동산, 뉴딜 펀드 등에 대한 질의가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손해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지게 된다면 정권은 생색만 내고 손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떠안는 구조가 이 펀드 아닙니까?"
"풍부한 유동자금을 디지털·그린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해서 국가 경제를 선순환시키고 또 국민에게도 안정적 투자처를 제공하는…"
여권은 일단 추 장관에 대한 야당의 공격 가운데 '결정적 한 방'은 없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충수'가 쏟아지기도 했는데요.
"과거에 군을 사유화하고 군에서 정치에 개입하고 그랬던 세력들이…쿠데타까지 일으켰습니다. 이제 그런 것들이 안 되니까 그 세력들이 국회에 와서 공작을 합니다."
"여기 국회에 들어온 쿠데타 세력은 누구를 이야기합니까? 누가 쿠데타 세력이고 들어와서 공작을 했다는 말씀이 과연 무엇인지…"
또 서 씨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을 '단독범'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서씨가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고 주장해 '과도한 감싸기'란 비판도 받았습니다.
문제가 없는데도 야당이 '정치 공세'를 편다는 게 기본 인식이다 보니 대응이 거칠어지는 모양새인데,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핀 셈이 됐습니다.
"사실 관계는 분명히 가리되 과잉 대응은 자제하는 게 옳다는 것이 우리가 얻은 교훈입니다. 동료 의원들께도 이 말씀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검찰이 심판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검찰 수사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이번 논란이 정기국회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정기국회 가장 큰 화두는 '코로나 극복'입니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등 코로나 관련 법안과, 공정거래 3법, 한국판 뉴딜 관련법 등 각종 경제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야가 정쟁에만 매몰된다면, 방역을 더 촘촘하게 하고, 경제 위기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현실입니다.
정부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대안은 없는지 따져봐야 할 국정감사까지 추 장관 아들 의혹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 법사위원들이 계속해서 관련 자료 수집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인데, 가뜩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개혁 등 쟁점 사안이 잔뜩 쌓여 있어, 뜨거운 공방이 예고되는 곳입니다.
게다가 이 문제가 이미 본질이 흐려진 채 정치 쟁점화한 것도 문제입니다.
이렇게 정쟁이 극단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각 진영이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까요?
본인들 입맛에 맞지 않는 결과를 받아든 쪽에서 '편파 검찰' 비판을 쏟아낼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코로나 탓에 생활은 팍팍해지고, 한가위 고향 방문도 눈치 보이는 일이 됐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국회에 기대고 싶은 국민이 더 늘어날 텐데, 국회는 힘이 되고 있을까요, 시름을 더하고 있을까요?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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