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하면 아이폰이나 에어팟을 드립니다.
지방의 4년제 대학이 내건 광고입니다.
지방대에 학생이 없어서 문제라는 얘기는 많았지만, 이렇게 생활비나 현물까지 걸고 학생 유치에 나설 정도입니다.
어렵게 학생 유치에 성공해도, 붙잡아두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김철웅 기자의 현장 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철웅 기자]
"대학교 2학기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캠퍼스를 둘러봐도 학생들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방대 위기, 진짜 위기라는 지금부터라는 말이 나옵니다. 현장으로 갑니다.”
경주에 있는 이 대학교는 구내식당 2곳 중 한 곳만 운영 중입니다.
이용 학생이 크게 줄면서 남은 한 곳도 의무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김철웅 기자]
"식당과 편의점이 있던 곳입니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다 문을 닫았습니다. 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 내 편의시설도 빠르게 없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신입생은 모집인원의 1/4만 겨우 채웠습니다.
학생들은 학교가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하고 있습니다.
[3학년 학생]
"많이 줄었어요. 그래서 교수님도 많이 떠나시고. 착잡하죠. 사회 나가서 '너 어디 대학 나왔냐'고 하면 ‘없어진 학교 나왔다’ 조금 그러니까.”
교수와 교직원 임금이 10개월간 체불된 상황에서도 학교 측은 내년 신입생들에게 해마다 300만 원씩 장학금을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대 교수 A씨]
"교수들도 여기 있다가 다른 데 제안받으면 가시는 거고. 저희들은 그냥 심플하고요."
그나마 있던 학생들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2학년 학생]
"학교 요즘 안 되는 것 같다 이런 얘기도 하고, 자퇴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데로 가야 되나. 고민하고 있죠.”
'합격자 손에 쥐어지는 특급선물', '대학 가고 아이폰 받자'
고객을 유치하는 업체 광고인가 싶지만 대학 신입생 홍보 포스터입니다.
신입생 전원에게 입학금을 면제해주거나 무조건 100만 원씩 주기도 합니다.
1등급을 받은 우수 학생에게 총 2억 원 장학금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곳도 등장했습니다.
모두 신입생을 모집에 사활을 건 지방 대학들이 내놓은 조건들입니다.
위기는 일부 지방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의 대표 명문대로 꼽히는 부산대는 합격 이후 등록을 하지 않은 비율이 75%나 됐습니다.
이번 입시는 사상 처음으로 전국 대학에서 뽑는 인원보다 지원할 학생이 더 적습니다.
대학 입학정원이 49만 명인데, 고3과 재수생을 다 합쳐도 48만 명입니다.
정원 미달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지방대들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지방대 1학년]
"올해 입학했는데 한 학기 다니고 고민을 해보니까 다시 시험을 보는 게 나은 것 같아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다시 준비하고 있어요. 서울에 살고 싶고 서울에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서울에 많이 있는 것 같아서요.”
정부도 지방대가 무너지면 해당 지역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각 대학-지자체별로 사업을 선정해 올해만 1000억 원 넘게 투입했습니다.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 감축은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지금처럼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학교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학과를 경쟁력 있게 갖추는 게 생존전략일 수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김철웅입니다.”
[email protected]PD : 김종윤 석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