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할머니 같지 않다"
'미나리' 속 할머니 순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오븐 앞에 서 있는 '미국 할머니'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도 아니었지만
한없이 자애로운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의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첫 할머니는 드라마에서였습니다.
영락없는 할머니 모습이지만, 이때 윤여정 배우의 나이는 58세였습니다.
'엄마'역을 해도 되는 나이에, 왜 윤 배우는 할머니를 맡았을까요?
당시 윤여정 배우는 "요즘 드라마 속 엄마는 밥 먹었냐, 묻거나 자식 결혼 반대하는 것밖에 없어서 재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죠.
이렇게 시작된 윤여정표 할머니는 점차 다른 색깔을 드러냅니다.
영화 '돈의 맛'에서는 돈으로 모든 것을 쥐락펴락하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재벌가 안주인으로 욕망 가득한 모습을 표현했고요.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선 돈을 받고 노인에게 성을 파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했습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특유의 무심함 속에 따듯함이 느껴지는 연기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도회적이고 고집스럽고 깐깐한 이미지 때문에 파격적인 연기가 늘 화제가 되긴 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할머니도 윤여정답게 연기했습니다.
'장수상회'에선 사랑에 빠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로맨스를 그리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했고요.
영화 '계춘할망'에선 자식과 손주에 무한한 사랑과 평생에 거친 희생을 주는 해녀 할머니의 역을 맡아 뭉클한 감동의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는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모든 할머니가 농축돼 있습니다.
손자에게 화투를 가르쳐주고 '오줌싸개'라고 놀리는 등 고약한 할머니면서도
사실은 자식을 위해 한국의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멸치와 고춧가루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이국땅으로 떠나오는 눈물겨운 희생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가 한 뼈있는 소감에 반응이 뜨거웠죠.
'세비지 그랜마!'라는 외국인들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우리 말로는 '팩트 폭격하는 할머니!'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말.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따듯함.
이른바 '윤여정표 할머니'로 대한민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윤여정 배우에게 오늘도 전 세계 영화계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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