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에 막힌 미혼부 출생신고' 첫 헌법소원…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참여
[앵커]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어렵게 하는 가족관계법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미혼부 4명이 헌법소원을 신청했는데요.
여기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재판장으로 파면 결정문을 낭독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힘을 보탭니다.
박초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두 차례 법 개정을 거치며 미혼부 출생 신고의 길은 조금씩 열렸습니다.
아이 엄마의 이름·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에 더해 올해 4월부턴 엄마가 정당한 이유 없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도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1월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엄마 손에 목숨을 잃은 8살 아이의 사망 사건이 계기였습니다.
그러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는 원칙적으로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그대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미혼부들은 왜 엄마가 출생신고를 못 하는지 법원에 입증한 뒤에야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있습니다.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큰 부담입니다.
"(가정법원을 통한 출생신고가) 대부분 5∼6개월 정도 걸리고 있고요. 어떤 가정에 따라서는 짧은 기간일 수 있지만, 그 5∼6개월 사이에 어떤 어려움이 더해지고 겹쳐질지 모르는 일이거든요. 그 기간을 견디기가 너무 힘든 가정들도 많습니다."
특히 유부녀가 혼외관계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 '서류에 없는 아이'로 지내는 세월이 길어집니다.
미혼부 지원단체 대표 김지환 씨에게 손을 내민 건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입니다.
먼저 전화를 걸어와 대가 없이 돕겠다고 했습니다.
"사랑이법이 개정이 됐는데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들을 접하면서…아이들은 사실 제일 약한 존재잖아요. 출생신고를 못 해서 공적 보호망에서 소외되거나 없어진 아이 취급을 받는 아이들은 단 한 명이라도 없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헌법소원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정미 전 재판관의 참여 소식에 미혼부 4명이 청구인으로 모였습니다.
지금까진 신상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6개월가량 준비 끝에 지난달,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미혼부의 출생신고와 관련한 헌법소원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봤을 땐, 대한민국 국민의 자녀로 태어났는데 재판을 통해 국적과 기본권을 취득해야 하는 것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받는 것…"
헌재는 이 헌법소원을 본안에서 심리할 이유가 있다고 보고 전원재판부에 회부했습니다.
연합뉴스TV 박초롱입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