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TMI] "내년 초 서울 3억 분양" 반값아파트 가능할까?
"서울 강남권은 5억, 주변 지역은 3억대에 이르면 내년 초 아파트 분양 예약을 받는다"
서울주택도시공사, SH 김헌동 사장 후보자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가능할지 짚어보죠.
토지임대부 공급방식, 쉽게 말해 땅은 공공이 가진 채로 그 위 건물, 즉 아파트만 분양하는 방식입니다.
그만큼 분양가를 낮출 수 있겠죠. 다만 완전 새로운 발상은 아닙니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의 기억,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선에 나왔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경부고속도로 2층 건설과 함께 주장했던 공약이 바로 '반값 아파트 건설'이었습니다.
낙선하면서 실현해 볼 기회는 없었지만요.
땅은 빼고 건물만 분양한다는 발상은 노무현 정부 때 시범적으로 도입했던
토지임대부 주택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먼저 관련 아이디어를 냈죠.
[인터뷰 : 홍 준 표 / 당시 한나라당 의원(지난 2006년 2월)]
"실질적으로 이건 토지의 불로소득을 제거하는 그런 정책입니다."
하지만 실제 청약을 해보니 경쟁률은 매우 낮았습니다.
[2007년 10월 YTN 뉴스 中]
"환매조건부 주택은 415가구 모집에 79명이 신청해 0.19대 1,
토지임대부 주택은 389가구 모집에 40명이 청약해 0.1대 1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당시 먼저 이 방안을 구상했던 한나라당, 청와대로부터 비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 천 호 선 / 당시 청와대 대변인(지난 2007년 10월)]
"이것은 무책임한 한건주의 정책의 결과입니다."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입지와 물량 문제였습니다.
대단지 아파트 지을 만한, 정부나 지자체가 가진 여유 땅이 도시에는 별로 없겠죠. 그러다 보니 교통 편하고 학군 좋고, 이런 곳에 크게 사업을 할 수가 없었던 거죠. 여기에 건물만 분양받고 땅은 빌려 쓰는 상황이라 매달 나가는 토지 임대료도 부담이었습니다.
이번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관련 공약 경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
그중에서도 '분양형' 특징을 보자면 포인트는 '건물값만 받겠다'로 요약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분양에 들어갔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5,600여만 원 분양가 가운데 4,200여만 원이 택지 감정평가액, 즉 땅값이었습니다.
이걸 빼면 그만큼 분양가가 확 떨어진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원가주택' 공약을 냈습니다.
사실상 건설에 든 가격 그대로 분양한다는 게 골자인데요.
대신 집을 샀다가 팔 때 나오는 차익 30%는 되돌려 받고 또 청년에게만 해당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관건은 '공공', '임대'에 대한 선입견을 떨치는 게 되겠죠.
과거 이 선입견을 없애려 문재인 대통령까지
공공임대 주택 현장에 방문해 직접 홍보에 나설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 변 창 흠 /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지난해 12월 공공임대주택 방문)]
"부부가 쓰기에는 아기자기하게, 여유 있게 설계했습니다.
[인터뷰 : 문 재 인 / 대통령(지난해 12월 공공임대주택 방문)]
"정말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겠는데요?
땅은 두고 건물만 분양받는 토지임대부,
일반 분양보다는 땅값이 안 들어가니까 싸고,
아예 사고팔 수 없는 임대주택보다는 내 집이라는 개념이 큽니다.
다만 해결해야 할 단점도 있는데요. 일단 재산권 행사 제약 부분입니다.
대출받을 때 집을 담보로 어느 정도 가능할지, 전매제한 기간을 지나면
개인이 아닌 공공에만 집을 팔 수 있는 거 아닌지와 같은 부분이고요.
두 번째로는 재원 마련입니다. 반값 아파트 지을 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정부, 지자체가 그 돈을 어떻게 마련을 하느냐는 측면이죠.
마지막으로 건물만 분양받았으니 내야 할 토지 임대료,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면 또 다른 이름의 월세가 되겠죠.
[인터뷰 : 박 원 갑 /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일단은 내 집 장만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그런데 선진국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이 성공한 건 공공이 소유하는 토지가 많아서 가능했던 건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그런 땅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겠느냐…."
[인터뷰 : 최 배 근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세권, 예를 들어 1호선, 경부선 같은 경우 지하화 등의 이야기도 하잖아요. 그 부분만 가지고는 부족할 거라 봐요. 다주택자, 주택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유도를 하면서 추가적으로 택지 확보해서 공급하는 것이 상호 맞물려 있다고 보는 거죠. 그 부분에서 보유세 강화가 큰 차이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분이 아직은 물음표입니다.
정부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해서 살고 싶은 지역에
충분한 양질의 집을 공급하느냐는 게 결국 핵심일 텐데요.
선거 때마다 나왔던 이른바 반값 아파트 공약, 이번엔 잘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박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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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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