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북한, 탄도미사일 무더기 발사 이어 "정면승부" 선포
[앵커]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다시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오늘도 지성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주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량 발사부터 시작해 오늘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그리고 오늘 공개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내용까지, 이슈가 특별히 많았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이슈가 있었는데, 모두 살펴볼 수는 없고, 핵심적인 것만 얘기해 볼까 하는데요.
지 기자. 우선 오늘은 어떤 얘기를 전해주실지, 주요 내용부터 먼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우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지난 수요일부터 어제까지 사흘간 열렸습니다.
북한은 회의 내용을 오늘 보도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면승부'를 목표로 국방력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지난 일요일 4개 지역에서 동시에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그야말로 무더기 발사인데요.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한미 군 당국은 고강도 무력 시위로 맞대응했습니다.
한미 군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과 같은 수의 지대지미사일을 함께 발사하고, 잇따라 양국 전투기를 동원해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에 나섰습니다. 북한의 도발과 한미의 대응을 이어서 되짚어보겠습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아시아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진행 중입니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오늘 한미 국방장관 회담,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잇달아 가졌는데, 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도 소개할까 합니다.
[앵커]
북한에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는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내외 정책들이 결정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전원회의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정면승부'를 강조했다고 하는데, 정면승부에는 대상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국과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요?
[기자]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두 번째 의제로 '올해 당 및 국가 정책 집행 중간 총화와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경제와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할 것인지 목표를 정했다는 얘기입니다.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두 번째 의제에 대한 결론을 연설하면서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심각하고, 주변 정세가 더욱 극단적으로 격화될 수 있다며, 이런 정세 때문에 자신들이 세운 국방력 강화 목표를 더 빨리 점령해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특히 자위권을 위해서는 '강대강', '정면승부'의 원칙을 계속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부분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총비서(김정은) 동지께서는 국가방위력 강화에 계속 큰 힘을 넣을 데 대하여 강조하셨습니다. 총비서 동지께서는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이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재천명하시고 공화국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하셨습니다."
북한 보도 내용을 보면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정면승부'의 대상이 없습니다.
즉, 한국과 미국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결론에서 "대적 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과 전략·전술적 방향이 천명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말에 열린 전원회의에서는 "북남관계 등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전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대남 인식이 더 후퇴했습니다.
한마디로, 최고지도자가 직접 한미동맹을, 특히 한국을 '적'이라고 규정한 겁니다.
이 같은 강경한 대남 인식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인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윤석열 정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내용을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실제로 새 정부가 임명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육군 행사 공개 발언에서 북한을 향해 '우리의 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과 군부, 내각의 주요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군 수뇌부 교체도 눈길이 가지만, 우리에게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당연히 대남 라인과 대미 라인 인선입니다.
북한은 이번에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후임으로 외무상을 지냈던 리선권을 앉혔습니다.
리선권은 남북관계가 좋았던 문재인 정부 초기 조평통 위원장을 지내며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의 파트너로 남북대화에 자주 나왔습니다.
하지만 리선권은 군인 출신으로 남북 군사회담에서 잔뼈가 굵은 강경한 인물입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으로 평양을 찾은 남쪽 기업 총수들에게 (당신들이 남북관계를 위해 뭘 한 게 있다고)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고 핀잔을 주는 등 말을 거침없이 하는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이 대남기구 총책인 통일전선부장이 된 만큼 앞으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북한의 '말폭탄'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리선권 후임으로 이번에 외무상에 임명된 최선희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이듬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회담 실무를 맡은 최고의 대미 협상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북미관계가 악화할 때면 항상 전면에 나서서 미국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물론, 북한이 장기적 관점에서 대남협상과 대미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대남 전문가인 리선권과 대미 협상가인 최선희를 전면에 배치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향이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봤을 때 지금 당장은 한미와의 '정면승부'를 위한 '공격수'와 같은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앵커]
외무상과 노동당 통일전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