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가 쏘아올린 공, 우크라이나 침공은 도미노처럼 전세계를 경제 위기로 몰아넣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일수록 더 가난해지고 그 가난한 나라 안에서도 가난한 계층이 더 힘들다는 게 씁쓸한데요.
스리랑카는 이미 ‘국가부도’를 선언했지요.
채널 A가 현지 취재를 해봤는데 상황이 정말 심각합니다.
세계를 가다 황성호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시민들이 어둑한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립니다.
기름 램프에 의지해 장사를 이어가는 상인은 전력 부족 사태를 하소연합니다.
[난다니 자야위크림 / 가게주인]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버티겠어요?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계속 사는 건 불가능해요."
[현장음]
"응애"
가정집의 밤도 촛불이 희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위말라와티 라자카루나 / 주민]
"이것 봐요. 새벽 4시부터 전기가 끊겼어요.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애들은 학교 가야 하고 우린 밥 차려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유값 급등으로 스리랑카 곳곳에서 정전이 이어졌고 일부 가정에선 자체 발전기를 돌립니다.
기름을 넣으려고 기다리는 차량들의 줄이 도로 한쪽 차선에서 1km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유소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2일부터 주유량을 제한하고 있어 충돌이 발생합니다.
부족한 연료 탓에 공무원에게는 주4일 근무도 허용됐습니다
2년 넘는 팬데믹 기간 주력 산업인 관광 부분은 붕괴되고 중국과 함께 벌인 일대일로 사업 등으로 대외 부채가 급증한 스리랑카는 디폴트를 선언하고 이자 상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은 7개월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더니 지난달 34% 폭등했습니다.
국가 부도 위기와 경제 파탄 속에 스리랑카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여권을 받으려고 땡볕 아래에서 장시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니르말(20세) / 여권 신청인]
"여권을 받으려고 고향에서 5시간 반 걸려서 왔어요. 어제 새벽 1시부터 기다리고 있어요. 여권을 받으면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요"
참다 못한 국민들은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콜롬보 주민]
"너무 불공정하죠.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어요. 각자 살아갈 길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9명 이상 숨지고 3백 명 넘게 다친 지난달 폭동 이후 큰 충돌은 없지만 20년 넘게 집권 중인 라자팍스 가문을 향한 분노가 들끓어 혼란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 스리랑카 대통령]
"스리랑카에게는 최근 몇 달이 극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에너지 위기로 시작된 민생 파탄과 부채 위기 도미노의 첫 신호탄이 스리랑카에서 나왔습니다.
콜롬보에서 채널A뉴스 황성호입니다.
영상편집 : 김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