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닭발은 한국의 대표적인 야식 메뉴죠.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국민들에게 닭발을 먹으라고 권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세계를가다, 강성휘 카이로 특파원입니다.
[기자]
시장 안이 있는 닭고기 판매점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닭은 손질합니다.
닭발은 한데 모아 개나 고양이의 사료로 씁니다.
가격은 1kg에 20이집트 파운드, 우리 돈 800원 수준으로 닭고기 값에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집트 정부가 닭발을 먹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나섰습니다.
[이집트 국립영양학연구소 관계자]
"닭발에는 비타민과 젤라틴이 매우 풍부합니다."
매달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30%가 넘고 식용유와 치즈 가격은 반 년 만에 두 배 넘게 오른 상황.
먹고 살 수가 없다는 아우성이 쏟아지자, 정부가 묘책을 짜낸 겁니다.
하지만 물가 안정 정책 대신 닭발을 홍보하는 정부에 국민들의 반발은 거셉니다.
[마리암/대학생]
"이집트에서는 아무도 닭발을 먹지 않습니다. 정부가 닭발을 먹으라고 했을 때 정말 당황했습니다. "
이집트 국립영양학연구소는 축구스타 호날두도 닭발을 먹는다며 가짜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집트 현지 방송]
"앞으로는 정부가 우리에게 벌레를 먹으라고 할 것 같습니다.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고 공짜니까요. "
국민들이 더욱 분노하는 건 인플레이션으로 빈곤층은 급증하는데, 정부는 호화 개발 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 카이로에서 45㎞ 떨어진 사막에 지은 신행정수도의 화려한 면면이 드러난 겁니다.
신행정수도에 최근 문을 연 모스크입니다.
아프리카에서 2번째로 큰데, 한번에 10만 명 넘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사비만 우리 돈 340억 원이 들었습니다.
인근에는 77층 높이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빌딩도 건설 중입니다.
국민들은 "흥청망청이다", "모스크를 팔아서 민생을 해결하라"는 등의 글을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 교민들도 한숨만 늘어갑니다.
[박현욱/ 한식당 운영]
"많이 부담스럽죠, 솔직히. 작년 말에도 환율이 폭락해서 많이 힘들었는데, 자영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
이집트는 아르헨티나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의 두번째 채무국입니다.
카이로에서 채널에이 뉴스 강성휘입니다.
영상취재 : 마리암 이마드
영상편집 : 정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