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물가가 폭등해 채소 먹기가 힘든데 정작 밭에서 농작물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강경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축구장 두 개 규모의 밭.
빼곡히 자란 양상추가 하얗게 녹아내리거나 검게 썩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듭니다.
포기째 나뒹구는 걸 열어보니 날파리 떼가 득실거리고 썩은 내가 진동합니다.
수확기를 놓친 양상추가 최근 이어진 폭염과 집중호우로 녹아내리면서 검정 비닐에 아예 들러붙었습니다.
이 밭에서는 6만 포기가 출하될 예정이었지만, 한 포기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kg에 2천200원 하던 가격이 한 달 전 800원대로 폭락하면서, 전량 구매, 일명 '밭떼기' 계약한 유통업체가 구매를 포기한 겁니다.
[양상추 재배 농민]
"(제때 수확을 못 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게 터져 버려요. 겉이 터져버리지 상품성도 없고, 그냥 들어간 거는 다 손해 보는
거예요."
재배 면적이 지난해보다 40% 넘게 늘어난 게 가격 폭락의 원인입니다.
[김영식 / 강원 횡성군 청일면 농촌지도자 회장]
"양상추 재배 농가가 너무 늘어났어요. 개인적으로 하신 분들은 타격이 커서… 이게 항상 걱정했던 면이 올해 현실이 된 거예요."
감자밭에도 애써 캐낸 감자들이 버려져 있습니다.
검게 변하고 곳곳이 움푹 패였습니다.
집중호우와 30도 넘는 폭염이 반복되면서 한증막처럼 변한 땅 속에서 썩은 겁니다.
[김선복 / 강원 서춘천농협 감자생산자협의회장]
"이상 기온이 오다 보니까 이게 일시에 다 죽는 거지. 비와 폭염에 깡그리 죽는 거죠. 내 땅 갖고 빚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이게…"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 이상 줄어 감자 저장고도 텅 비었습니다.
한창 수확해야 할 농산물들이 썩어가는 걸 보는 농민들의 속은 검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최창규
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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