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원도는 축구장 36개 면적의 산림이 무너졌습니다.
주민이 고립되고 집이 무너졌지만 올 여름 폭우에 대한 대비는 커녕, 피해 복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태양광 주변 산사태는 원인 규명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본 강원 횡성군 청일면.
마을 진입로가 토사로 뒤덮여 주민 7명이 고립됐었습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주민 대다수는 도시에서 온 귀농인.
농번기지만 마을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집집마다 텅 비어있고
[현장음]
"계세요?"
부서진 닭장엔 수풀만 우거져 있습니다.
산사태로 전기가 끊기자 겨울을 날 수 없던 주민들이 집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박영기 / 횡성군 청일면 이장]
"올 한 4월경에 전기가 들어왔어요. 전기가 계속 안 들어오고 그래서 사람이 와 있지를 못했어요."
산사태로 무너진 농막입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파손돼 있어 당시 산사태 위력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토사로 덮인 논밭엔 커다란 나무가 뿌리채 나뒹굽니다.
주민들은 벌써 두 해 농사를 날렸습니다.
[진경호 / 산사태 피해 농민]
"주말농장을 해서 고추를 많이 심었었죠. (이 앞이 다 고추밭이었어요?) 네, 고추 심고 농막처럼 사용했죠. (여기 와 계시지도 못하겠네요?) 못 가죠. 복구 자체가 안 되니까."
계곡에는 토사에 쓸려 떠내려온 각종 폐기물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주민들은 곧 다가올 장마가 두렵습니다.
[산사태 피해 주민]
"경관상으로도 사람 사는 동네입니까? 여기가? 걱정되는 건 장마가 곧 시작된다는데 (개울) 바닥이 한 1미터 이상 높아졌어요. 토사가 채워져서. 그런데 지금 전혀 치울 생각도 않고 있잖아요."
지자체는 아직 공사를 시작도 못했습니다.
대체 왜일까.
산사태 복구 작업은 산림청에서 국유림을, 지자체가 사유지를 맡아 진행합니다.
국유림 공사는 90% 가까이 진행됐지만, 지자체가 맡은 사유지 공사는 소유주 동의를 못 받아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겁니다.
[횡성군청 건설과 관계자]
"재해 복구도 토지 협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사유지 동의를 받아야 되거든요. 한 필지를 못했어요. 일단 발주를 해놓고 계속 협의하려고 그래요. 저희가 발주가 늦은 거는 맞아요."
횡성의 또 다른 마을.
지난해 이 곳에서는 산사태가 나 70대 남성이 숨졌습니다.
지난달에서야 시작한 배수로 공사는 공정률이 30%에 그칩니다.
[마을 주민]
"지금 공사 중이라서 농경지로 막 다니지, 차가. 올해는 농사를 못 짓는다고 봐야 돼요."
민간 업체가 설치한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해 책임 공방이 이어진 겁니다.
[횡성군청 산림녹지과 관계자]
"어쨌든 경찰서에서도 아직 결과가 안 나온 상황이고 해서 저희가 먼저 (공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서 향후에 구상권 청구라든지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지자체는 이달까지는 어떻게든 공사를 끝내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믿지 못합니다.
[마을 주민]
"너무 늦게 시작한 거지. 우기 철 오기 전에 완벽하게 해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죠."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지 10개월, 주민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는 처지입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강한길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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