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버려진 개들을 보호하는 '유기견 보호소'
이름만 보호소지 ‘방치소'가 많습니다.
후원만 받고 정작 유기견은 학대하고 있는 참혹한 실태, 현장카메라 전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뜬장 안에 새끼 강아지가 쓰러져 움직이질 못합니다
개농장처럼 보이는 이곳은 유기견 보호소인데요.
무슨 일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천막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내부로 들어가보니 죽 늘어선 철장 안에 개들이 갇혀있습니다.
배설물이며 털이 뒤엉켜 있고, 사료엔 곰팡이가 피어있습니다.
이 철장은 배설물이 빠지도록 바닥을 철조망으로 만든 이른바 '뜬장'.
발이 빠질 수도 있는 뜬장에서 개를 사육하는 건 동물보호법상 불법입니다.
문제는 이곳이 충남 청양군이 직영하는 유기견 보호소라는 것입니다.
[청양군청 관계자]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거는 이게 최선이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
주민 반대가 심각하다보니, 시설 개선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웃 주민]
"우리(한테) 말도 동의도 없이 그냥… 가뜩이나 여기서 앉아서 일을 하려면 얼마나 짖어대는지, 아주 귀가 다 먹어."
열악한 환경에 새끼 강아지는 버텨내질 못합니다.
[김세현 / 비글구조네트워크 부대표]
"(얘 지금 어떤 상태에요?) 지금 많이 안 좋아요."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도 찾아가 봤습니다.
쓰레기만 쌓여 있고 울타리도 없는데 여기도 보호소입니다.
개들이 방치된 채 들개처럼 산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보호소를 찾아 길을 걷는 취재진을 커다란 개들이 따라옵니다.
잠깐 사이 몰려든 개들만 수십 마리.
하루종일 마을 곳곳을 휘젓고 다닙니다.
[인근 주민]
"(위험할 뻔한 적 없으세요?) 많죠. (언제요?) 출퇴근할 때 툭툭 튀어나오고 그냥 한가운데 앉아 있고 하니까… 너무 많죠. 하루에 수십 마리 봐요."
먹을 것이 없다보니 쓰레기를 뒤지는 등 위생 문제도 심각합니다.
개들 상당수가 심각한 피부병을 앓고 있습니다.
[송영남 / 인근 상인]
"동네까지 다 다녀요. 쓰레기 봉투 같은 거 있으면 다 뜯어놓고…."
이 사설 보호소에서 사육하는 개는 300마리.
대부분 울타리도 없이 풀어 키우고, 일부는 컨테이너 안에 배설물과 뒤엉켜 갇혀있습니다.
[김세희 / 비글구조네트워크 부대표]
"개들을 구조해서 데리고 왔다고는 하지만 동물학대에 버금가는 환경이다보니까…."
민간 보호소는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민간보호소 주인]
"(사료 후원은 들어와요?) 엄청 들어오죠. 우리 사료 지금 재고가 3톤 있어요."
하지만 이곳은 지자체 신고도 안 된 불법 시설입니다.
지난 4월부터 민간보호소의 지자체 신고가 의무화됐지만, 보호소가 자리잡은 곳이 개 사육이 불가능한 지역이어서 아예 신고도 안 되는 겁니다.
정부는 전국의 민간 보호소 10곳 중 9곳이 기준 미달 시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당장 유기견들을 옮길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보호소를 폐쇄하는 등의 강제 조치를 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허울 뿐인 유기견 보호소.
버려진 개들이 또한번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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