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해 여름 폭우가 내렸을 때, 차수판 하나가 사람의 생사까지 가를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벌써 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차수판을 주문하는 바람에 지금 맡기면 자칫 장마가 끝난 뒤에야 설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작업자가 스테인리스 철판을 옮겨 길이를 잽니다.
프레스기에 모양을 찍어낸 뒤 모서리 맞추고 용접까지 끝내야 차수판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작업자 5명이 주말 반납하고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 못 할 정도입니다.
[현장음]
"(며칠 만에 가능할까요?) 요즘 같은 때는 보름 이상 걸립니다."
지난해 집중 폭우 때 밖에는 차가 둥둥 떠다녀도 안쪽은 거짓말같이 평온해 '통곡의 벽'으로 불렸던 차수판.
올해도 장마가 시작되자 지하주차장, 상가, 반지하 주택용 차수판 주문이 뒤늦게 폭주하고 있는 겁니다.
주문하는 곳도 지자체, 아파트 관리사무소, 개인까지 다양합니다.
[강한수 / 차수판 제조업체 대표]
"(침수를) 100% 막진 못하겠지만, 대응할 수 있는 시간과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고요."
하지만 서울시 반지하주택 전수조사 결과, 침수 우려 가구 2만 8천여 호 가운데 차수판이나 역류방지시설이 설치된 곳은 단 22%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비 피해지역의 경우 지자체가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집주인들이 침수 주택 광고하는 것이냐며 설치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차수판 뒷북 설치에 나선 건 공영 주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주차장 25곳 중 15곳이 차수판이 없는 상황.
지난해 도림천 범람으로 물바다가 됐던 신대방역 공영주차장은 아직 공사 시작도 못 했습니다.
서울시설공단 측은 "수위측정 경보를 울리는CCTV를 먼저 설치하느라 늦어졌다"며 "현재 공장에서 차수판 제조 중이라 다음 달 3일에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마 끝자락에 차수판 공사.
지난해 소를 잃고도 외양간도 못 고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채널A 뉴스 남영주입니다.
영상취재 : 윤재영
영상편집 : 정다은
남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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