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런 사이렌이 내일 오후 2시에 울립니다.
6년 만에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위 훈련'이 열리는 겁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곧장 달려가야 하는 곳이 민방위 대피소죠.
잘 관리되고 있는지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사용 기한이 5년 넘게 지난 감기약과 연고가 쌓여있던 대피소.
관할 면사무소는 관리대장에 이상 없다고 적어놨습니다.
민방위 훈련을 앞두고, 1년 만에 같은 곳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입구엔 탁자와 쌀 같은 물건들이 길을 막고 있고 기한이 지났던 먹는 약과 연고들은 새것들로 채워지는 대신 아예 사라졌습니다.
[현장음]
"먹는 약이 하나도 없네."
인근의 또 다른 대피소.
항상 열려 있어야 할 정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습니다.
후문 앞엔 포대자루가 한가득 쌓여있고, 비상약품함 속 약들은 사용기한이 4년 넘게 지났습니다.
관리 대장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
3천 명을 수용하는 대피소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물품함을 살펴보려 해도 도무지 열리지 않습니다.
경비원이 와도 소용없습니다.
[경비원]
"열쇠가 있어야 되는가 본데? 아 이건 열쇠로 잠갔네."
20분 만에 열쇠를 찾아 겨우 열어보니, 사용기한이 한참 지난 약품들이 나옵니다.
[현장음]
"아예 교체를 안 했나 봐요. 유통기한이 2019년이야."
실제 위치와 지도상의 위치가 다른 대피소들도 있습니다.
대피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디딤돌 앱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이 주민대피시설로 등록된 초등학교인데요.
막상 와보니 정문이 봉쇄돼 있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강원 철원군청 관계자]
"일단 문제가 있는 건 맞고, 주민대피소는 초등학교 뒤편에 있습니다. 도로명 주소가 배정돼 있지 않아서 프로그램상 입력할 때 초등학교로 입력이 된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재난문자 오발송 소동을 빚은 서울은 어떨까.
시민 휴식공간과 구내식당, 지하주차장 등으로 사용되는 서울시청 본관 지하.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통째로 대피소가 됩니다.
하지만 야외 계단 한 켠에 대피소 표시가 붙어있을 뿐,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는 없습니다.
[이태훈 / 서울시 관악구]
"몰랐어요. 그 장소라는 건 처음 알았거든요. 아무래도 홍보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심지어 대피소 안에 있어야 할 비상용품은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시청뿐 아니라 22곳 구청대피소 모두 비상용품은 아예 갖춰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업무지침 상 1일 미만 단기 대피소의 비상용품 준비는 의무가 아니라 권장 사항이라는 겁니다.
대피소에 비상용품을 꼭 두도록 한 민방위기본법 시행령과는 충돌하는 부분입니다.
[소영철 / 서울시의원]
"비상시에 구비돼야 하는 비품이나 물품 등이 적절하게 구비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번에 한번 정리를 해봐야 될 필요가 있고…"
공습과 재난 등 예고 없이 찾아오는 비상상황에서 최우선 안전처가 대피소지만 정작 준비나 대처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윤순용
AD : 김승규 석동은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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