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는기자, 대통령실 출입하는 정치부 조영민 기자 나왔습니다.
Q1. 지난주 금요일이라는 거죠?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제안한 날, 한동훈 전 위원장과의 회동을 제안했다는 거죠?
맞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약 5분간 통화하며 대통령실에 초대하고 싶단 의사를 밝힌 게 지난 주 금요일 오후입니다.
이보다 앞서 그날 오전, 윤 대통령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원들을 용산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먼저 당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통령실 설명으로는 총선이 참패로 끝났지만 지도부의 노고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는 겁니다.
Q2. 사실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이 총선 기간을 지나며 상당히 멀어졌다는 게 중론인데,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민 겁니까?
지지층 내에서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선거를 대패했다고 해도 대통령이 고생했다고 밥 한번 같이 하질 않느냐, 이런 겁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사실 대통령실 내에서도 있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생한 한 전 위원장을 그래도 대통령이 한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냐고요.
게다가 금요일 오전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지지도가 급락했죠.
그러잖아도 박영선, 양정철 인선 검토로 지지층의 반감이 컸는데,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만 만날 경우 지지층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Q3. 자, 그렇게 제안을 했는데 한 전 위원장이 저희 채널A가 낮에 대통령 제안 소식을 보도하자,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입장을 공개했어요?
맞습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초대가 있었다는 채널A 보도 직후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초대 의사를 지난주 금요일 받은 건 맞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정중히 밝혔다는 겁니다.
한 전 위원장과 총선 후 통화한 인사들 연락해보면, 실제 유세 과정에서 상한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고, 몸도 상당히 아팠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하지만, 보도에서 대통령실이 한 전 위원장의 거절 사실은 밝히지 않고 열어뒀던 것과 달리, 스스로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힌 부분을 보면, 여전히 대통령과의 불편한 기류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Q5.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의 연일 한동훈 전 위원장을 향한 공격도 영향을 줬을까요?
그런 해석도 일부 가능해 보입니다.
홍 시장은 총선 패배 이후 연일 한 전 비대위원장을 공격하고 있죠.
특히 홍 시장이 지난 16일 대통령과 4시간 동안 비공개 회동을 가진 이후, 한 전 비대위원장을 주군에 대들다가 폐세자된 황태자라며 대통령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세를 더 강화했죠.
홍 시장과 대통령이 함께 본인을 공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 대목입니다.
즉, 대통령의 초대가 진정성이 없는 거라는 불신이 깔린 거절 같다고 한 여권 관계자는 전하더라고요.
Q6. 그러고 보면, 어제 밤 늦게 올린 한 전 위원장의 글이 더 의미심장해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정치인이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이다"
처음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만 보였는데. 이 글을 올렸던 시점이 이미 대통령실의 초대를 받고 거절을 한 뒤였던 거죠.
나는 대통령을 배신한 게 아니라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용기를 낸 것이다.
대통령과의 갈등 지점이었던 김건희 여사 특검 언급, 의대 증원 조정 언급 등은 국민의 뜻을 받든 거라는 항변이라는 거죠.
Q7. 이렇게 되면 이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위원장 간의 노선 분리가 좀 더 명확해지는 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미 두 사람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두 차례 충돌했죠.
지난 1월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이 사당화를 하고 있다며 비서실장을 통해 사퇴 필요성을 언급한 1차 충돌, 또 비례대표 인선을 놓고 벌어진 2차 충돌이 기억나실 겁니다.
이번 초대와 거절도, 양측의 불편한 기류가 드러난 3차 충돌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한 전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초대를 거절했다고 했기 때문에, 대통령실도 굳이 이 자리를 성사시키기 위해 설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느냐, 출마를 한다면 윤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며 등장하느냐 등 앞으로 한 전 위원장 행보를 봐야겠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는기자 정치부 조영민 기자였습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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