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결] 고(故) 이한열 열사 모친 '33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
문재인 대통령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리는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기념식을 찾은 것은 2017년 이후 3년만입니다.
지금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편지 낭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현장 연결해서 보시겠습니다.
[배은심 여사 /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제 얘기 들리셔요?
나 한열이 애미에요.
글쎄 나라에서 우리한테 훈장을 준다고 하네요.
그래서 내가 이 자리에 와 서 있어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이소선 어머니는 전태일이 옆에 가 계시고, 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
나 혼자 이래도 되는 건가 싶네요.
제가 어머니랑 아버지, 그리고 우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식구들을 처음 뵌 게 87년 8월 12일, 우리 한열이 보내고 난 직후였지요.
바로 전 해에 만들어진 유가협 1주년 기념행사에 갔더니 어머니 아버지가 "이제 한열이 엄마도 유가협에 들어와야지"라고 해서 한식구가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농성장이니 파업 현장이니 정말 유가협 회원들이 싸우러 갈 곳이 많았어요.
우리 회원들은 창신동 한울삶에서 숙식을 같이하면서 늘 함께 싸우러 다녔지요.
유가협 가족들이 하도 똘똘 뭉쳐 다니니까 한 사람만 안 보여도 주위에서 "왜 같이 오지 않으셨냐"물을 정도였잖아요.
우린 핏줄보다 더 가까웠지요.
유가협 외에 오늘 이 자리에서 훈장을 받는 다른 수여자들 모두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희생한, 정말 훈장을 받아 마땅하신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내가 여기서 감히 훈장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습니다.
종철이 아버지도 이런 날 보고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요"라 하실 거 같아요.
하지만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끄럽지만, 이 자리에 섰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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