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화난다, 배고프다…인간이 느끼는 아주 기본적인 감정들입니다.
그런데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은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유일한 수단은 울음을 터뜨리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울 수조차 없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3일 세상을 뜬 생후 16개월, 정인이 얘깁니다.
갈비뼈가 골절돼서 울면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정인이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검찰이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Q1. 양모의 죄명이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바뀐 이유부터 짚어보죠.
검찰은 정인이 양모의 학대 행위에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했습니다.
'이렇게 때리다간 아이가 죽을 수 있겠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발로 밟는 등 폭행을 이어가다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사인 재감정에 참여했던 법의학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정빈 / 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
"눈이 푹 들어가고. 목 근육 보면 축축 처지고. 이게 영양실조로 진짜 못 먹어서 나온 거거든요. 그런 애의 배를 발로 밟아서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정상 성인이 있겠어요?"
검찰은 법원이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공소사실에 아동학대치사 혐의도 남겨놨습니다.
Q2. 살인죄만 적용했다가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혐의 두가지를 같이 넣었다. 양모 측은 계속 고의는 없었다는 입장이잖아요. 고의성 입증이 가능한 상황입니까?
양부모 측 입장부터 들어보시죠.
[정희원 / 양부모 측 변호인]
"저도 저희 피고인을 보는데 알면서 일부러 때릴 것 같진 않습니다. (정인이 복부를 수차례 때리고 밟은 건 인정하시는 거예요?) 밟은 건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망 당일, 유난히도 밥을 안 먹어서 평소보다 세게 밀치긴 했지만,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망 당시 정인이의 온몸엔 골절상이 있었고요, 장기 파열로 인해서 전체 혈액의 80% 정도가
배 안에 차있었던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정인이 사망 한달 전쯤 가슴 부위를 수술했는데, 통증 때문에 아이를 들다 바닥에 떨어뜨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오히려 팔 사용이 여의치 않았다는 주장에 주목했습니다.
[이정빈 / 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
"이 사람의 경우는 운전을 해도 아프고 애를 힘이 없어서 떨어뜨릴 정도라면 장기파열이 일어나도록 손으로 칠 수 있겠느냐. 그게 가능성이 떨어지니까 발로…"
Q3. 지금 골절된 시기도 서로 다르고요. 췌장이 끊어질만큼, 뭔가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는 건 정인이가 오랜 기간 잔혹한 학대에 시달렸다는 정황이 될 수 있는데, 저희가 방송에서 상당히 걸러내야할만큼 잔혹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으로 살인죄가 인정된 경우가 있나요?
2013년 발생한 울산계모 사건입니다. 소풍을 가고 싶다는 7살 의붓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인데,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에선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7살짜리 아이에게 성인의 손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면서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했습니다. 결국 이 여성은 살인죄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Q4. 정인이 양모에게도 살인죄가 적용된다면 형량은 어떻게 달라지는 건가요?
살인죄는 기본적으로 징역 10년에서 16년, 가중처벌될 경우에 15년 이상, 무기징역에 처해집니다.
반면 아동학대치사는 기본 4년에서 7년, 가중처벌되면 6년에서 1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되는데,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 검찰은 법의학 전문가와 이웃 주민을 비롯해서 17명의 증인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앞서 전문가도 짚었습니다만 두돌도 안된 아이를 그렇게 때린다면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게 성인의 상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법원은 어떻게 판단을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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