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이 택시를 들이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달아났다는 소식 전해드렸죠.

미 대사관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경찰은 정식 수사로 전환되면 운전자에 대해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벌써부터 동승자에 대해선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혀 지나친 눈치 보기란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혜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 대사관 소속 외교 차량이 택시를 치고 도주한 당일.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사고 경위 조사와 함께 음주 측정을 하려 했지만, 결국, 어느 것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주한 외교관과 그 가족 등은 체포나 구금을 당하지 않는다는 '면책 특권' 때문입니다.

[박 모 씨 / 피해 택시 기사 : 사고를 치고 도망갔는데도 음주단속을 못하는 거예요? (선생님, 일단 꺼보세요.) 뺑소니 차량인데도요?]

당시 가해 차량에 타고 있던 건 모두 4명.

이 가운데 2명은 외교관이고, 나머지 2명도 외교관은 아니지만 특권·면제 대상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대사관은 일단 외교부를 통해 협조 의사를 밝히고, 수사 절차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경찰은 정식 수사로 전환되면 운전자에게 뺑소니, 이른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내고도 수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가 확보돼 혐의 입증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동승자 3명에 대해서는 조사 계획에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고를 낸 주체는 운전자일 뿐 동승자는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하기 전부터 이 같은 방침을 세운 데 대해 한미 관계 등을 과도하게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사 과정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동승자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면책 특권과는 별개로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정식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지는 미 대사관 측 협조 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YTN 김혜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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