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서울시 공무원들은 은행을 터느라, 바쁩니다.
은행 ‘나무’ 얘기지요.
열매가 터지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애물단지이지만 알고 보면 도시 가로수로 이만한 게 또 없습니다.
지자체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새 어김없이 은행 철이 온 건데요.
김예지 기자가 가을 거리로 나가봤습니다.
[기자]
점점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는 은행나무 길입니다.
눈으로 보기엔 참 좋지만, 고약한 냄새 탓에 코에는 별로죠.
9월 태풍 이후 예년보다 은행 열매들이 빨리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자체들의 은행 털이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길거리에 떨어져 터져버린 은행 열매.
밟히고, 짓이겨져 열매를 치워도 보도블록엔 얼룩이 잔뜩 남았습니다.
[이정심 / 서울 동작구]
"똥 냄새 같은 그런 냄새가 나요. 은행 밟은 날은 집에 가서 신발 밑바닥 닦아요."
쏟아지는 민원에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은행나무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했습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인위적으로 나무를 털어 미리 열매를 따거나 땅바닥으로 열매가 떨어지지 못하게 깔때기 모양의 수거망을 나무에 다는 방법입니다.
[현장음]
"으드드드"
호두를 따는 진동 수확기까지 동원됐습니다.
크레인 끝에 달린 진동 수확기가 은행나무를 잡고 흔들면 10초 만에 한 그루를 털어냅니다.
수거한 열매는 폐기처분 하거나 중금속 검사를 거쳐 경로당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증됩니다.
근본적인 해결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서울 강북구는 1천여 그루의 암나무를 열매가 안 열리는 수나무로 바꿔 심었습니다.
최근 2년간 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은행나무는 20년 정도 자라야 성별을 알 수 있었지만 어린잎만 있어도 성감별이 가능한 DNA 분석법이 나오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굵고 울창한 은행나무 옆에 눈에 띄게 작고 가는 나무가 있는데요.
은행열매가 맺히던 암나무를 뽑고 지난해 다시 심은 수나무입니다.
[변화경 / 강북구 상인]
"이맘때쯤 되면 청소도 많이 해야 되고 냄새도 많이 나고 신발에 밟히고 이래서 냄새가 많이 나는데 요즘에는 이거 바꾸고 난 뒤에는 그런 게 싹 없어졌어요."
[김환형 / 강북구청 공원녹지과 팀장]
"매년 100여 건의 (은행 악취) 민원이, 올해 같은 경우에는 한 3건 정도만 접수가 됐어요. 민원이 확연하게 줄었다고 보시면."
애물단지로 전락한 은행나무지만 여전히 가로수로 인기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동차 매연과 병충해에 강한 데다 미세먼지 흡수 능력이 뛰어납니다.
나무가 단단해 차량이 인도로 넘어오는 걸 막아주기도 합니다.
가을마다 반복되는 노란 악취와의 전쟁.
한철만 참을 것이냐, 돈을 들여 바꿔 심을 것이냐,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예지입니다.
영상취재 : 박영래 김건영 박재덕 강철규
영상편집 : 차태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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