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탈진 곳이 많은 부산에선 주택 옥상을 주차장으로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진 한번 잘못했다가 차량 추락 사고로 이어지다보니 안전 문제는 여러번 지적됐죠.
지금은 좀 바뀐 게 있을까요.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택시 한 대가 주택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부산 서구의 옥상 주차장에서 택시가 난간을 들이받고 아랫집 마당으로 추락했습니다.
[인근 주민]
"후진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뒤로 거의 떨어지려고 하는 찰나에 차가 섰었지."
5년이 지난 지금 사고가 난 현장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여전히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주택 옥상.
안전 장치는 철제 울타리가 전부입니다.
자동차가 뒤로 구르는 것을 막아주는 고임목도 없습니다.
[인근 주민]
"10cm 블록을 쌓았다, 저 집은. 10cm 블록은 주먹으로 쳐도 넘어간다 이 말인 거라. 주차를 계획 안 하고 지었기 때문에 (안전 장치) 보강이 안 됐다 그 말이에요."
사고 당시 집 안에 있었던 아랫집 사람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사고 피해 주민]
"차가 주차장이 많으니까 좀 겁나지. 여기 다 주차장 아니가. 또 모르지. 언제 떨어질 줄."
다른 곳들도 위태롭긴 마찬가지.
사고가 난 곳 인근 옥상 주차장입니다.
난간이 없고 턱도 낮은데요.
이곳에서 차량이 추락할 경우, 바로 아래 주택을 덮치게 돼 큰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인근 주민]
"'여기 절대로 대면 안 됩니다' 해놔도 뭐… 많이 대지. 길에 적당히 댈 데가 없잖아요."
산이 많고 평지가 적은 부산에는 아슬아슬한 경사지에 조성된 거주지역이 많습니다.
지형적으로 도로와 건물 옥상이 맞닿다 보니 옥상주차장을 많이 쓰는 겁니다.
[정헌영 /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산 중턱에 난 도로 아래쪽에 있는 주택들은 도로하고 높이가 차이 안 나는 집들이 많거든요. 도로하고 옥상하고 연결해서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는 거죠)."
지난 8일에도 아파트 상가 옥상 주차장에서 50대 여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추락해 2명이 다쳤습니다.
후진을 하던 중 가속페달을 잘못 밟은 걸로 조사됐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도로로 연결된 아파트 지상 주차장입니다.
산을 깎아 낸 자리에 아파트를 짓다보니, 아래에서 보면 옥상 주차장이
되는 겁니다."
노후 주택의 경우,
붕괴 위험도 있습니다.
[안형준 /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옥상층은 주차장 설계가 안 됐다면, 주차장으로 사용하면 굉장히 큰 하중이 있기 때문에 옥상층이 침하될 수도 있고 붕괴될 수도 있어요."
이미 벽면 곳곳이 쩍쩍 갈라져 물이 새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인근 주민]
"우리도 전에는 여기 주차장 했는데 지금은 안 하잖아요. 여기 비가 새고 이래서. 바닥이 약하니까."
주차공간이 워낙 부족한데다, 쏠쏠한 수입원이다 보니 주민들은 옥상 주차장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옥상 주차장 주인]
"집집마다 가격도 좀 달라요. 한 달에 7만 원 받는 데도 있고 8만 원 받는 데도 있고."
관할 지자체는 민간 주차장에 안전 장치를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상존하는 추락위험에도 옥상주차장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석동은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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