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장애를 가진 자녀를 돌보는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이런 가슴 아픈 비극이 왜 일어나는 것인지, 현장카메라 정다은 기자가 장애가족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리포트]
이곳은 서울 삼각지역 안에 차려진 분향소입니다.
최근 발달 장애 자녀를 둔 가정에서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추모하려고 만든 건데요.
발달·중중 장애 가정이 생활 속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현장으로 가서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 화단에서 40대 여성과 6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23일.
경찰은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숨진 아이는 발달 지연을 겪고 있었고, 재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성동구청 관계자]
"발달 장애 등록은 안 된 아이였고요. 발달 재활 서비스를 통해서 언어나 놀이치료를 받았다고 확인했어요."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선 30대 뇌전증 장애인이 숨졌습니다.
홀로 장애인 딸을 돌봐온 60대 어머니가 살해한 겁니다.
딸은 최근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아파트 경비]
"(거동이) 많이 불편하지. 활동 못 하니까 바깥바람 쐬려고 휠체어 태워서 단지 내 다니고."
이후 어머니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가족에게 발견돼,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장애 자녀를 직접 돌보던 엄마가 벌인 일입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딸을 27년째 돌보는 65살 송영섭 씨.
두 사건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송영섭 / 뇌병변 장애 딸 어머니]
"그 부모 심정 이해해요. 얘를 케어해야 하는데 나이를 먹고 힘이 들고 몸이 아프니까 하지를 못하겠는 거예요."
손목 보호대는 필수가 된지 오래.
밥 먹이는 것도 전쟁입니다.
[현장음]
"착하지? 이거 먹자. 먹어야지."
딸이 태어난 이후 27년째 마음 편히 잠든 적이 없습니다.
[송영섭 / 뇌병변 장애 딸 어머니]
"밤에 잠도 못자요. 왜냐하면 막 돌아다녀 밤에 깨서. 벽지도 벅벅 긁어놓고. 새벽에 일어나면 꿍 소리내서 밑에 사람이 시끄럽다고 또 올라온 거야. 장애인 엄마들이 애 낳았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편하게 두 다리 쭉 뻗고 못 자요."
돌봄 도움을 주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건 월 200시간.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엄마의 몫입니다.
경제생활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상당수 가족은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듭니다.
[윤종술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하루 3~4시간 서비스 정도도 못 받고 있으니까 나머지 20시간은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장애인 단체는 사회적 타살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인호 / 발달장애인]
"저는 부모님께 죽임을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가족이 저와 같은 발달장애인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돌봄서비스 확대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
PD : 김남준 장동하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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